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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참여발표대회/제2회 대회영상

[2회대회]"야무지게 일하고 당당하게 요구하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는 2008년 미국시민교육센터(Center for Civic Education, CCE)와 업무협정을 체결하고 CCE의 주요 민주시민교육프로그램 중 하나인 프로젝트 시티즌(Project Citizen)을 도입하여 지난 2년 동안 ‘청소년 사회참여 발표대회’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회는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의 공공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학교와 동네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위의 자치에 참여할 권리와 책임을 배우게 하여 청소년들로 하여금 미래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과 자신감,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갖게 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 이번 『희망세상』에 소개할 ‘청소년들이 쏘아 올린 희망 이야기‘는 지난 2010년 제2회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에 참여했던 영동일고등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F.L.Y」모둠의 이야기이다.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에서 FLY 모둠이 자신들의 정책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청소년 노동인권의 실태

  김세영, 김유경, 김진희, 서강동, 신대건, 은예석 등 6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FLY모둠은 지난 해 3월부터 7월까지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하였다.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듯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많은 청소년들 대부분이 그들의 노동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청소년 고용 업체의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 결과를 살펴본 결과 2005년 이후 50%가 넘는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않거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의 형태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고 있고, 그 위반사업장 수는 해마다 증가하여 심지어 2010년에는 청소년 고용 사업장의 77.3%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한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한 기성세대의 불신도 한 몫 

  FLY모둠이 진단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청소년을 고용하는 사업주가 청소년들의 노동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노동 인권의 주체인 청소년들 대부분이 근로기준법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근로기준법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지도 조사 결과 70%의 학생들이 근로기준법에 대해 모른다고 답변한 조사결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청소년 본인이 부당한 대우에 대해 고용주에게 따질 수도,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도 없게 된다. 

  한편, 청소년 노동인권을 감독하는 정부의 경우에도 근로조건점검의 큰 허점이 있다는 것을 고발하는데, 이들에 의하면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 따라 사업장 감독을 실시하고자 할 경우 10일 전에 해당사업장에게 통보를 하고 점검일로부터 10일 전에 해당사업장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점검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주로 하여금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여 수박 겉핥기식의 실태조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슴 아파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한 불신이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만 15세에서 18세의 청소년 10명 중 3명(32.9%)은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적이 있을 정도로 청소년 아르바이트가 보편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어른들이 많다. 

  실제로 FLY모둠은 63명의 영동일고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다수의 교사들이 ‘학업에 지장’이 된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에 대해 반대하고 있고,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교사는 단 2명에 그쳤다고 한다. 이러한 부정적 시선이 고용주들의 준법의식 저하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의 사회적 고립을 가져온다고 FLY모둠은 지적하고 있다.

공원에서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는 FLY 모둠



아르바이트 경험도 없는 너네들이 그걸 왜 하는데?

 FLY모둠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노동인권 문제를 동료 학생들에게 알리던 중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 친구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야! 너희들이 아르바이트를 해봤어? 왜 굳이 주제를 청소년 아르바이트로 잡은 거야? 너희와는 상관 없잖아”

 사실, 이 질문은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 발표 당시 심사위원에게도 받았던 내용이었다.

“솔직히 그 친구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을 받는 저희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본 적도 없고, 그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도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생각을 하고 또 할수록, 그 말은 틀린 거였어요. 내가 겪고 있지 않다고 해서 우리 모두의 문제가 부정될 수 없기 때문이죠. 내 친구가, 내 선배가, 그리고 내 후배가 겪는 문제이기에. 사회는 함께 더불어 살아나가는 것이기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예요. 함께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거라구요.”

 아이들은 사회가 만들어놓은 벽 앞에서 작은 구멍을 뚫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커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벽이 개인이 아닌 여럿이 함께 무너뜨리고 극복해 나가야 할 벽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친구들에게 청소년 아르바이트 문제를 설명하고 있는 FLY모둠



틴 프렌들리(Teen-Friendly)정책을 제안합니다!

FLY팀들은 기존 공공정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보완책도 꼼꼼하게 내 놓았다. 고용노동부는 해마다 근로기준법의 주요 내용이 정리된 리플릿을 배포하고 있는데, 이러한 단순 배포를 통한 교육 이외에 사업장을 개업하는 경우나 근로조건 점검시 고용주들에게 근로기준법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FLY모둠은 주장한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던 기존의 근로조건 점검도 규정을 개정하여 사전 공지형식이 아닌 불시 점검을 강화하고 위반사항이 발견된 경우 기존의 단순 시정조치형식의 처벌이 아닌 과태료,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실시함으로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노동인권의식을 함양시키기 위해서라도 노동인권에 관한 교육이 정규 교과과정에 편성되어 기존에 행해지는 자원봉사교육과 성교육같이 정기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FLY모둠의 제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기존의 청소년 노동인권 신장을 위한 공공정책들의 장단점을 꼼꼼히 살펴본 후 자신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틴 프렌들리 정책을 제안했다. 

 이것은 기업의 eco-Friendly(친환경 경영)정책에서 착안한 것으로 10대 청소년에게 안전한 근로환경을 조성하고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않는 정직한 사업장에게 노동부에서 ’안전 근로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러한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물론 위에서 설명한 기존 공공정책의 보완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FLY모둠은 이러한 틴 프렌들리 정책을 통해 사업주로 하여금 자신의 업소가 연소자 근로기준법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는 근로환경에 대한 믿음을, 기성세대에게는 자녀세대가 안전하고 건전한 수단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에 대한 안정감과 함께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고용노동부에서 홍보하고 있는 청소년 알바 10계명



민주주의는 소통이다

 이러한 정책을 제안하기까지의 과정에서 FLY모둠은 직접 청소년 아르바이트 고용업소를 찾아가 청소년 노동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고, 영동일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청소년이 알아야 할 10계명’을 홍보하고, 인근 지하철역 등에서 노동부에서 지급한 리플릿을 배포하는 경험도 해 보았다.

 이 모든 활동들이 FLY 모둠원들 하나하나에게 의미있고 보람있는 활동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활동들을 통해서 FLY모둠이 쏘아올린 가장 따뜻한 희망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활동을 하면 할수록 저희는 그 과정을 통해서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내 의견만이 옳고 모든 사람이 내 의견에 동의하고, 내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하게끔 가용하는 것이 아닌,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를 배우게 되었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도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달까요?”

 소통할 수 있는 민주시민,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이 아이들은 우리에게 마음으로, 몸으로 보여줬다.

그들은 큰 소리로 외친다.

“친구들! 야무지게 일하고 당당하게 요구하자! We Can Fly"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에서 FLY모둠이 전시한 정책자료




* 이 글은 2010년 제2회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영동일고등학교 “FLY"모둠의 발표원고와 발표동영상 자료를 재구성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또한 이 글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소식지인 <희망세상>2월호에도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