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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마당/미디어

우연히도


우연히도  그  날  아침에  나는  한  초등학생이  선생님께  체벌을  받다가  뇌진탕으로  입원하였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도  그  날  밤  야간  타율학습  시간에(자율인지  타율인지  나는  그  경계를  잘  구분하지  못  하겠다.)  우리  반  친구  여럿이  단지  실내화를  신고  학교  밖으로  외출을  하고  왔다는  이유로  아주  심한  체벌을  받고  왔다.  그  때  우리  반  친구들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단지  실내화를  신고  외출  했다는  것이  20줄  가까이  친구들의  엉덩이에  자국을  남기고  가슴에도  깊은  생체기를  내야  하는지  “자퇴해라”  “너  같은  아이는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조의  언어체벌로  인하여  친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해야만  하는지  친구들이  왜  타율학습  시간  내내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지  말이다.  

교문 앞 체벌 (사진 출처-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우연히도  그  다음  날  아침에  몇  명의  다른  반  친구들이  어깨  위  부분을  선생님께  맞았다.  발로도  몇  번  걷어  차였다.  학교  규정에  따라  머리를  묶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바로잡아주기  위한  의도의  체벌이었다.  많은  학생들은  그  과정을  지켜  보는  것  이외의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연히도  그  날  아침  0교시는  그  선생님  수업이었다.  그  날  수업은  원래는  고전문학이라는  수업  이름을  가지고  언어영역을  대비하는  문제집을  선생님과  함께  풀어야  함이  옳지만  선생님께서는  떨어지고  있는  교사의  권위와  소신  있는  자신의  교직경력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그  날  아침에  놀라운  뉴스를  접하셨다고  하셨다.  서울의  모  고등학교에서  카메라  폰으로  선생님의  수업  중  실수  하는  모습을  담아  교육부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교실  몰카가  성행이라며  우리  학교의  경우도  걱정을  하셨다.  그  말씀을  하시면서도  모방  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이것은  나라가  망할  징조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하셨다.  학생의  인권을  자꾸만  이야기들  하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교사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교사도  떼려치울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서  마침  우연히도  다음  시간은  사회  시간이었다.  ‘사회적  쟁점과  합리적  해결  과정’에  대하여  배웠는데  학습활동으로  ‘체벌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  졌다.  어제의  일  덕택인지  학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게  꽤  열띤  토론이  이루어  졌다.(단  한  사람도  수업시간에  졸지  않았다는  건  정말  희귀한  일이다.)  체벌에  대하여  찬성을  하는  친구들도  의외로  많았다.  그렇지만  지나친  체벌에  관하여  모두들  반대  했다.  토론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출처-세계일보)

나  개인은  선생님  한  사람이라고  인식하지만  선생님은  나  혼자가  아닌  다수의  학생들을  생각하신다.  그러한  과정에서  더  강력하고  더  효과적인  의사  전달  방법이  필요했고  그래서  나타난  것이  ‘체벌’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축된  마치  모든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도출시킨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이  의사전달방법은  사실  체벌을  당하는  학생에게도  체벌을  하는  선생님에게도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잘못된  방법이다.  그리고  체벌과정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은  선생님들은  체벌에  앞서  이유를  설명하면서  납득시키는  절차를  거치거나,  학생들이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어쩌다  그러한  기회가  제공되면  학생들의  설명은  대부분  변명을  늘어놓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학생들이  사정을  설명하고자  체벌과정을  지연시키면  바로  더  큰  응징이  뒤따른다.  선생님들이  이를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반항으로  해석하고  감정이  격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문제  행위에  대한  교정을  목적으로  했던  체벌이  다시는  버릇없이  대들지  못하게  하겠다는  목적의  체벌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사랑의  매는  좋다.  그러나  지나친  체벌은  싫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유엔어린이·청소년권리조약’은  아이들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조약의  정신에  위배되는  학교규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제28조  2항),  학교교육의  목표는  인권과  기본적  자유·유엔헌장의  정신에  합치되는  것이어야  한다(제29조)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규율이  통제나  규제  그  자체에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되며,  학교규율이  적용되는  과정에서도  학생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인권과  자유에  대한  존중심을  길러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교육의  과정  자체가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조약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기위해  설치된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1996년  한국정부의  최초보고서를  심사한  후  내린  권고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  학교교육이  복종과  순응주의를  요구하고  개성의  질식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학교규율이  아동과  청소년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합치되도록  운영되어야  한다”고  명시한  조약  제  28조  2항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  한바  있다.  올해  2차  보고서를  심사한  후  내린  권고문에서는  지난  96년  1차보고서  심사이후  채택했던  권고의  대부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데  유감을  표시하면서,  체벌금지와  경쟁적인  교육풍토의  개선  등과  관련된  1차  때의  권고를  거듭  내놓았다.  “학교에서  체벌이  공식적으로  허용되고  있음을  크게  우려하며,  '가정,  학교  및  모든  여타  기관에서  체벌을  명백히  금지하도록  관련  법률과  규칙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에  항상  늘  그  모습  늘  그  자리를  고집하는  학교의  현실이  얼마나  달라질지는  의문이다.
  
체벌은  학생들의  인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  행위이다.  학생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진  존재이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구성해  나갈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헌법과  ‘유엔어린이·청소년권리조약’은  아이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아발전을  위협하는  학대와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잘못에  학교가  가하는  처벌의  과정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처벌할  경우에  적법한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신체의  자유를  임의적으로  박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처벌의  사유를  알려  주고,  학생들이  자신을  변호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  한다.  물론  ‘적법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처벌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당성의  조건은  바로  처벌의  사유가  합당해야  하며,  처벌이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더  나아가  비록  처벌을  가한다고  할지라도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사의  주관적  감정이  개입된  체벌,  차별적인  체벌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체벌은  정당성을  획득할  수  없다.  
  
단지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는  담보로  인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인권이  침해  당할  수는  없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학교가  미래의  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을  하는  곳이라고  해서  학생의  인권  문제를  유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학생들이  온전한  인격체로서  존중받고  자라나는  경험이야말로  교육의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이다.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  현재를  요약하는  이  말이  미래까지  요약  할  수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2003년 충주여고 1학년 김이민경>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매 해 문예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문예공모전은 자유˙평화·인권·통일·환경 등 민주적이며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생각을 글, 그림 등으로 표현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인식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자기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 글은 2003년 제 2회 문예공모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당시 충주여고 1학년 김이민경 학생의 글입니다. 이미 『희망을 지피는 이야기 2』 제목으로 비매품형태로 수상자료집을 제작했지만 이 곳을 찾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여기에 다시 싣습니다.